옛날에 썼던 소설...

시작 전에. 알로에음료

우리 주변에선 여러 가지 비슷한 물건을 볼 수 있다. 어떤 상품이 히트를 하면 그 상품을 따라서 비슷한 상품이 여러 회사에서 나온다거나, 서로 다른 제품으로 나왔지만, 이런저런 기능을 추가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같은 물건이 되어버린 제품이라던가. 그리고 정말로 다른 물건이라고 생각한 것들 중에 비슷한 물건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알로에음료라던가.

“저기, 이오타. 이 알로에를 어떻게 생각해?”

방송부의 활동 시간. 요즘 새삼 깨달은 알로에의 진실을 후배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나는, 냉장고에서 알로에음료를 꺼내며 후배인 이오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오타. 나이 18살. 고등학교 2학년. 얼굴도 미인, 몸매도 발군이지만, 어째서인지 머리가  굉장히 짧다. 덧붙이자면 나보다 키가 약 30cm정도 더 크기 때문에 나로써는 굉장히 부러운 녀석이다.

“알로에요? 크고 아름다....운게 아니라, 그냥 맛있지 않나요? 알로에 맛이겠죠?”

“역시 그렇게 생각해?

역시 이오타는 알로에음료에 대해서 요만큼의 의심조차도 없었다. 뭐, 보통 알로에는 시중에서 파는 알로에음료만 먹으니까, 진짜 알로에의 맛은 모르겠지.

“네, 뭐. 알로에에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히히, 궁금하다면 보여주도록 하지. 이 음료수 병에 붙어있는 라벨에서 성분 목록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야.”

“어디보자... 그러니까.... 알로에...베라...겔... 파우더... 너무 읽기 힘들어요! 선배! 이런 성분 표를 본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너무 의심하지 마, 분명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거야. 합성착향료 부분을 한번 보라고.”

“그러니까... 합성착향료가... 어디보자... 드링크향, 청...포도향?!!??! 화이트그레이프향??!!?”

이오타는 제법 순진한 구석이 있어서 내 교묘한 말솜씨에 아주 훌륭하게 넘어가고 말았다.

“자, 이제 알로에를 한번 마셔보도록 할까? 한잔 따라줘?”

“네... 설마 진짜로 청포도 맛이었나?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아아!!! 선배 때문에 자꾸 의심되잖아요! 어떻게 하실 거에요!”

이오타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나는 알로에를 종이컵에 따라 이오타에게 건넸다.

“자자, 의심하지 말고 직접 한번 마셔보도록 하자. 시원하니까 쭈욱~ 들이키라고?”

“하아... 네...”

이오타는 순순히 잔을 받아 알로에를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한 모금.

아직까지는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지 의심의 표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곧 그 표정이 바뀌겠지. 이제 두 모금 째를 입에 머금었다.


-꿀꺽.

두 모금.

첫 번째와는 달라진 표정. 확연하게 느껴지는 향에 표정이 묘해지고 말았다. 대충 말하자면, 유령의 존재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이 유령을 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런 표정이랄까. 관심도 없던 물건, 그냥 ‘당연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생각과는 다를 때 나오는 그런 경악의 표정이 단 두 모금에 들어났다. 그리고 이오타는 마지막 세 번째를 입에 머금었다.


-꿀꺽.

세 모금.

두 모금째보다 더 확실하게 향이 퍼지는 것 같다. 사람의 표정이라는 것이 이렇게 빠르게, 또 다양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해주었다. 라고 말 할 정도로 이오타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이오타의 입꼬리가 이상하다.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이 순간. 이오타는 ‘진리’를 깨닫고 말았다.


“아하하하하하!!! 선배 뭐에요 이거!!! 진짜로 이상하잖아요! 이거 알로에라구요? 알로엔데 왜!!! 왜 청포도 맛이 나는 거에요!!! 괜히 선배가 이상한 거 알려줘서 진짜로 청포도 맛밖에 안 난다구요!”

“아니, 그거 원래 청포도향 첨간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선배! 그냥 알로에 맛이라고 알고 있었으면 청포도라고 의심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괜히 선배가 말해서 이상해졌잖아요! 앞으로 알로에는 어떻게 마시라구요! 선배 때문에 이제 가게에서 알로에를 사려고 해도 ‘이거 어차피 청포도 맛이잖아?’라고 말하면서 알로에는 더 이상 안사고 청포도주스를 사게 생겼다구요! 아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거에요!!! 알로에가 청포도라니! 청포도가 알로에라니!!! 둘이 알고 보니 형제라니!!! 세상에 막장드라마도 이렇게 막장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라구요! 이 말이 세상으로 새어나가면 더 이상 알로에음료는 판매량이 줄어들어서 멸종되고 말거라구요! 이건 뉴스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사건이야! 그것도 전 세계의 모든 알로에음료 애음자를 기만한 대 사건!!!”


- 적 멘탈이 파괴되었습니다.

어디선가 엄청난 알림이 들린듯하다. 그래도 이오타는 적이 아니니까. 저 알림은 무시하도록 할까.

“진정해. 이오타.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XX음료. 청포도향이 대부분인 음료를 알로에음료로 판매해 논란.

=XX음료관계자. 니가 알로에 먹어봤냐. 막말 파문.


... 진짜로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지?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나거나 하면 내가 원인 제공이 되어서 XX음료사가 고용한 킬러들에게 쫓겨 다니게 되는 건가? 아니면 나중에 취직을 하게 될 때 XX음료 관계자가 모든 회사에 문서를 돌려서 내 이력서를 모두 떨어뜨린다던가? 그래서 알바도 제대로 안되어서 나는 평생 백수로 살게 된다던가!!!

“”안 돼!!!“”

방송부 전용 학생 휴게실.

평소라면 재밌게 웃으면서 떠들썩해야 하는 그런 장소가 다른 의미로 떠들썩해지고 말았다.





“너무 시끄러운데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한참을 알로에의 배신으로 시끄럽게 난동을 부리고 있을 때, 휴게실의 문이 열리며 한 소녀가 들어왔다. 이름은 파이. 나이는 19살로 같은 반 클래스메이트, 그 속성은 막말. 정중한 말투긴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상대라면 그 누가 되었든 무차별적이고 직설적인 발언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엄청난 스킬을 지녔다. 참고로 파이의 마음에 안 들어 도전당해 사직서를 제출한 선생님이 작년에만 20명을 넘는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저 소문일 뿐이며, 요즘 들어서는 꽤 얌전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파이~~~ 내 미래가!!! 내 창창한 앞날이 사라졌어!!! 알로에 때문에 내 앞날이 사라져버렸다고!!! 이 세상은 이제 알로에가 지배하게 될 거야! 이 모든 게 알로에 때문이라고! 알로에! 알로에! 알로에!!!!!!!!!!”

“알로에요?”

아무리 눈치가 빠른 파이라고 할지라도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겠다는 듯, 파이는 휴게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파이선배~~~ 알로에가!!! 알로에가!!!”

“이제 알로에 타령은 그만 하세요! 알로에는 세상을 지배하지 않아요!”

“파이도 마셔보면 알게 될 거야. 알로에가 우리를 속였다는 걸.”

파이는 자꾸만 매달리는 나와 이오타를 밀어내며 알로에음료를 찾기 시작했다.

“네이 네이. 한번 마셔 볼 테니까 제발 진정하세요. 부장이 그러면 안돼요.”

“내가 부장이었어?”

“네, 세타선배가 부장, 파이선배는 부부장. 저는 부부부장이었죠.”

“이오타. 무리수를 두면 못써. 부부부장이라는 직책은 없어.”

이오타가 재미없는 무리수를 두었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파이를 재촉했다.


“후우...후우... 빨리 마셔봐! 파이!!! 진짜 알고 나면 이상하다니까? 속은 기분이라니까?”


내 재촉에 파이는 종이컵에 알로에를 한잔 따라서 입으로 가져갔다.


한 모금 째.

아직 파이의 표정엔 그다지 변화가 없다. 이오타도 그랬으니 이해할 수 있다.


두 모금 째.

알로에의 시원함에 파이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 정말로 시원하게 잘 먹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표정이 너무 상쾌해서 나까지 덩달아 상쾌해지는 그런 느낌이야!!!


세 모금 째.

컵의 내용물을 거의 다 비워서 그런지 파이의 표정엔 아쉬움만이 남아있다. 이 시원함을 좀 더 느끼고 싶다는 그런 표정. 이오타와는 다른 반응이지만, 아직 알로에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으니까. 만약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저런 반응을 상상하니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어때? 무슨 맛이라고 생각해?”

파이는 내 질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하아... 이거요? 알면 뭐 달라지는 거라도 있나요?”

“물론! 달라지지!!! 어떤 맛인지 얼른 말해봐! 신세계를 보여줄 테니!!!”

“맞아요! 파이선배! 이건 진짜로 세상을 기만한 맛이에요!”

파이는 나와 이오타의 말에, 정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종이컵을 휴지통에 넣으며 말했다.

“청포도 맛이요.”

“......네?”

“알고 있었어?”

파이는 내 질문에 뭘 그리 당연한 말을 물어보냐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애초에 알로에음료가 청포도 맛이라고 알려준 건 이오타에요. 그런데 이오타는 왜?”

생각해보니 약 세 달 전쯤 이오타가 갑자기 알로에 음료를 사들고 와서는 실컷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었다.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군.

“네? 제가요? 그랬던가?”

첫 번째. 알로에 레볼루션


결국 알로에 청포도 맛 소동은 나와 이오타의 모자란 기억력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파이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는 사실 뻥이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제대로 된 이야기의 시작이다.

우리학교 방송부, 제대로 활동하는 인원이 3명밖에 안 되는 작은 부지만, 그 이유야 어찌 되었든 모든 학교에서 방송부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방송에 대한 공부나 이런 저런 공부를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우리만의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 부원들의 의견. 물론 그 의견에는 나도 동의하기 때문에 수업이 모두 끝나고 방송부 담당 선생님을 찾았다. 우리 방송부를 담당하는 선생님. 그 이름은 제이. 성별은 여자. 그 속성은 혼돈. 학생들 사이에선 사악한 천사(Bad Angel)라는 선생님으로 불리며 우리학교의 가장 두려운 선생님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물론 학생을 사람으로서 존중하긴 하지만, 잘못된 길을 나간다면 적극적인 ‘설득’으로 학생을 바른 길로 인도한다. 참고로 한때 막나가던 학생이었던 파이는 제이 선생님 눈에 띄는 바람에 수차례에 걸친 면담을 갖고, 막말의 수위가 엄청나게 낮아진 전적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점심시간에 10분 정도 방송 허가를 내달라는 거지?”

“네, 여기 방송 기획서하고 대본이에요. 한번 봐주세요.”

학교생활 중 가장 휴식시간이 긴 점심시간을 이용한 방송. 방송부에서 무려 2주라는 시간을 들여 만든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감탄하라! 이정도로 두껍게 준비했으면 아무리 제이 선생님이라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바로 어제였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제이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으셨다.

“하아, 세타. 미안하지만 이 계획은 무리 같아.”

“네?”

“아무래도 학교는 공부를 위한 장소인데, 이렇게 학생들 멋대로 방송을 한다고 하면 학부모님들이 항의를 할 거란 말이야. 거기다 우리학교는 사립이니까, ‘소비자’인 학부모님들의 의견이 가장 크게 반영 된단 말이지. 이 계획이 아니라 공부에 대한 방송으로 진행하면 이사장님께 건의를 올리겠지만, 지금 너희가 가져온 계획으로는 무리야.”

그래도 담당 선생님이라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제이 선생님의 거절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사립이고 명문으로 알려진 우리학교에서 이렇게 학생들 마음대로 방송을 하는 모습은 학부모의 입장에선 보기에 좋지 않다. 만약 우리가 방송을 진행한 이후로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다면, 방송부는 그 책임을 지고 해산되어야한다. 그리고 그 일을 주모한 나는 가장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모두 감당하더라도 반드시 해보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그렇다면 같은 ‘소비자’인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건 어떨까요?”

최대한 머리를 굴려 그럴 듯한 말을 꾸며내었다.

‘[학교]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바로 [학생]이다.’ 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원칙]을 이용해 선생님을 설득해보기 했다. 물론 학교의 입장에선 당연히 학비를 내는 [학부모]가 소비자에 해당하지만, 원칙대로 말한다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학생]이다.  다소 난폭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학생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제이 선생님의 성격상 원칙을 무시하긴 힘들다. 즉, 급조하긴 했지만 제이 선생님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제이 선생님. 이 학교는 말하자면 ‘서비스 공급업체’에요. 아무리 돈을 부모님들께서 내 주신다하더라도, 결국 서비스의 이용자는 학생이죠. 소비자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것이 ‘서비스 공급업체’의 의무라면, 학교 또한 학생들에게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제이 선생님의 마음을 흔들어줄 단어들을 최대한 강조하며 말을 계속했다.

“물론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교칙이 자유롭고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환경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스스로 [절제]하고,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아직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청소년으로써 이렇게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 물론 세타가 하는 말도 맞아.”

“그렇기에 우리 방송부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써, 한 사람의 소비자로써 학교에 의견을 건의하는 거예요. 저희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신다면, 저희는 학교가 학생의 발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내 얘기가 모두 끝나자 제이 선생님은 굉장히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세타, 네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겠어. 하지만.”

제이 선생님은 잠시 말을 쉬고, 손을 살짝 저어 귀를 달라는 손짓을 했다.

“명문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단다. 세타. 그게 학교의 입장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의 생각이야.”

그 뒤로 나는 제이 선생님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에 의견을 제출하기 위해 거치는 절차라던가.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이라던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던가.

기업 간 거래를 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라던가.


그리고 시위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라던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방송부 휴게실로 돌아가려 할 때, 제이 선생님은 한가지 제안을 하셨다.

“세타.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이정도가 전부야. 그래도 너희들이 방송을 하고 싶다면, ‘정식’으로 학생들에게 ‘과반수’이상의 동의를 받아오도록 해. 그렇게 하면 나도 이사장님께 너희 방송을 건의 할 수 있어.”

“정식이 문제인거네요.”

“응. 아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너희들이 진심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잖니?”

결국 내 설득에 제이 선생님은 넘어오지 않으셨다. 물론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셨지만, 선생님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한낱 방송부장이라는 직책으로는 학생들로부터 ‘정식’으로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선생님은 그저 거절의 표현을 조금 부드럽게 하신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포기할 방송부가 아니다. 처음부터 계획이 미끄러졌지만 그렇다고 바로 포기한다면, 방송부장으로써 다른 부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


“그런 이유로, 방송부! 비상! 대책!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아아”

테이블 하나와 의자 세 개만 간단히 갖춘 방송부 휴게실. 이곳에선 갑자기 기운이 빠지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단 내가 준비한 대책 안을 봐줘.”

나는 가방에서 대책 안이 적힌 노트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했다. 올려놓으려했다. 중간에 이오타가 가로채지만 않았어도 내 스스로 올려놓을 수 있었다.

“헤헤... 세타선배는 작으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돼요.”

“테이블에 못 올릴 정도는 아니거든!”

이런 상황이 뭐가 그리 좋은지, 이오타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노트를 읽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세타선배 글씨 엄청 예쁘게 쓰네요!”

“그러게요. 글씨가 조금은 삐뚤빼뚤 해야 좀 더 귀여운데 말이죠.”

그런 점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하지만 그 생각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 이오타와 파이는 내 글씨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파이선배. 자세히 보니까 세타선배 글씨가 저보다 더 예쁜 거 같아요.”

“사실 저도 그 생각을 하는 중이에요. 아무리 봐도 이건 남자가 쓴 글씨가 아니에요.”

“거기다 세타선배는 생긴 것도 예쁘게 생겼고.”

“여동생하고 일란성 쌍둥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어요.”

“아, 저희 반에 있어요! 세타선배 동생.”

“이오타네 반이었나요?”

“네. 가끔씩은 세타선배처럼 보여서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에요”

이야기꽃의 주제가 뭔가 이상하다. 내 글씨가 주제였을 텐데, 너무 자연스럽게 내 얘기로 바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잘됐네요. 그 애한테는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나중에 이오타가 자리 좀 마련해 주세요.”

“파이선배 부탁이라면 당연히 해드려야죠! 진짜 놀라지 마세요. 세타선배랑 똑같아요!”

“작년에 한번 봐서 알고 있어요. 그쪽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충 이야기가 끝나자 파이는 조금은 쓸쓸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세타.”

“응? 얘기는 다 끝났어?”

“이오타가 세타의 속옷을 갖고 싶데요.”

아니, 그런 얘기는 쓸쓸한 표정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그리고 내 속옷얘기는 어느 장단에서 나온 거야? 거기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곤란하다!

“파이. 그 개그는 위험한 개그야. 잘못하면 성추행으로 경찰에 연락 할 수도 있어.”

“괜찮아요. 그럴 땐 제가 이오타의 신부가 되도록 할게요.”

“그렇게 말해도,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파이의 발언에 대답은 했지만,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낀 나는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추행 당한 사람은 나야!!!”

“그러면 제가 세타선배를 신부로 맞이하면 되는 건가요?”

“안 돼요! 이오타. 이오타는 제 남편이 되어서 그룹을 물려받아야 해요.”

“하지만 파이. 너희 부모님은 공무원이시잖아.”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하지만 파이선배. 저는 세타선배를 신부로 맞이하기로 했으니까,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주세요.”

이오타는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나쁜 남자처럼 파이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나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너희들. 왜 나를 자꾸 신부로 몰고 가는 거야?”

내 질문에 이오타와 파이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렇게 안하면 세타선배가 남자라는 사실을 자꾸 상기하게 되니까요.”

“세타가 남자일리 없으니까요.”

“너희 둘. 짜고 치는 건 아니구나.”

한동안 그다지 재미없는 농담을 했지만, 파이와 이오타는 목적을 잊지 않았는지, 곧 회의의 흐름으로 돌아왔다.

“농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할게요. 일단 세타가 적어온 이 방법들 말인데요.”

파이는 내 노트에 적혀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법적인 대처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건의 사항이 올라가지 않은 것만으로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그 다음이 SNS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은 그다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 같아요. 인터넷 상에는 우리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으니까요. 마지막에 써져 있는 이사장님께 직접 건의하는 방법은 요 머리에서 나온 건가요? 요 안테나가 그렇게 만들었나요?”

파이는 내 머리위에 솟은 한 가닥 안테나를 잡아당기며 안테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요 안테나가 어린이행성의 전파를 수신하는 모양이에요. 이런 안테나는 없애고, 제대로 고등학생다운 생각을 하도록 하세요.”

“아, 파이선배. 그건 무리에요.”

“네? 왜죠?”

“그 안테나, 세타선배 여동생인 에타도 갖고 있어요. 두 가닥이라 그런지 엄청 똑똑하지만요.”

“역시 안테나가 한 가닥 밖에 없어서 전파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는 건가요.”

“안테나 개수가 왜 지능의 척도가 된 거야!”

내 반발에 파이와 이오타는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그거야 세타선배가 말도 안 되는 대처방안을 내놓으니까 그런 거예요.”

“제대로 된 방법을 마련했다면 안테나로 트집 잡을 일이 없잖아요?”

두 사람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으으... 그래, 나는 제대로 못하니까 두 사람이 생각한 방법이 있다면 알려줘.”

내 무능력을 인정하자 두 사람은 재미가 사라졌는지 순순히 입을 열었다.

“무책임하네요. 세타.”

“맞아요. 100% 감귤주스에 들어간 오렌지과즙만큼 무책임해요.”

분명 두 사람은 순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입들이 낸 소리가 나를 미묘하게 비난했다. 왠지 이오타의 입에서 나온 비유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느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으니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너희들의 의견을 말해줘. 나 혼자서는 잘 모르겠단 말이야~”

“글쎄요. 제이 선생님이 거절하신 이상, 방법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를 비난하긴 하지만 두 사람도 딱히 다른 방안은 없는지, 고개를 내저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게요.”

“이럴 때 좋은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렇다고 억지로 이사장님을 협박할 수도 없는데 말이지.”

그 뒤로 한참을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은 생각을 한 적이 없을 테니,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으아아아! 아무리해도 생각이 안나! 이렇게 고민할 바에야 그냥 이사장님 협박하자!”

“세타선배! 그랬다간 큰일난다구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데 어떡해!”

“그러다 정학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런 걸 신경 쓸까보냐!”

“신경 써주세요!”

그렇게 또 한참을 이오타와 싸우던 중, 파이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에게 물었다.

“세타. 혹시 제이 선생님이 뭔가 말씀해주신 게 없나요?”

“응? 엄청 쓸데없는 얘기를 잔뜩 하시긴 했는데, 왜?”

“혹시 전부 기억하나요?”

“어... 자세히는 아니지만, 뭘 말씀하셨는지는 대충.”

파이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내 노트를 들며 말했다.

“전부 적어주세요. 기억나는 건 전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일단 적으면 설명할 테니까, 적어주세요. 하나밖에 없는 안테나를 뽑아버리기 전에.”

“안테나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안테나는 로망이니까요.”

그런 로망은 필요 없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외쳤다간 진짜로 뽑아버릴 것 같았기에, 내 입 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오진 않았다. 또 한참을 고민해서 노트에 제이 선생님이 하셨던 이야기를 다 적고나니, ‘파이와 이오타가 싸우고 있었다.


“파이선배! 그건 아니에요! 세타선배는 이 곰돌이가 더 어울린다니까요?”

“이오타야말로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곰돌이를 고집할 건가요? 세타한테는 새하얀 게 더 어울려요.”

“곰돌이가 더 좋아요!”

“하얀 게 더 좋다니까요!”

“저기... 다 적었는데.”

“세타는 잠깐 닥치고 있어요!”

“세타선배는 잠깐 찌그러져 주세요!”

두 사람의 싸움엔 내가 낄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뒤로 곰돌이와 하얀색 팬...이 보이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강렬한 기세의 충돌. 잠깐. 왜 그런 선정적인 물건이 보이는 거야!

“후후후,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이오타. 그렇게 저와 싸우고 싶다면 봐주지 않을 거예요.”

“파이선배야말로 각오하세요. 오늘의 전 컨디션이 아주 Hi!!! 하니까요.”

‘이오타. 그 하이는 내가 아는 하이가 아닌 거 같아.’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휴게실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의 냉랭한 기운이 진짜로 있는 것처럼. 서늘했다.

“덤비세요. 이오타.”

“...”

파이와 이오타의 신경전은 계속되었다. 누가 먼저 덤비는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무도가의 싸움과 같이 상대의 빈틈을 찾는 탐색전.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싸움. 둘 중 먼저 지치는 사람의 패배다.

“저기... 언제까지 계속 할 거야?”

내 입장에선 대책을 빨리 마련하는 게 중요한 일이니 말리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고 싶었지만, 그 차가운 기운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비켜요. 세타.”

파이와 이오타는 서로 탐색을 끝냈는지,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갔다. 단 한 발짝임에도 아주 무거운 걸음. 바닥에 조금 있던 먼지가 그 바람으로 흩어질 정도로. 그 걸음은. 무겁고. 강했다.

“비켜주세요. 세타선배.”

뚜벅. 뚜벅.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그리고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울려 퍼지는 걸음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려온다. 그리고 파이와 이오타의 접전이 시작되었다.

“Program Drive.”

나지막이 들리는 이오타의 중얼거림. 파이는 이어지는 진동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오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쿠9999

땅이 울린다. 강한 진동이 내 다리를 타고 머리 끝가지 전해진다.

“Permission(허가), I.O.T.A”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파이는 이오타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마 저런 괴물의 본성을 깨워 버렸다는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겠지.

“Start. Ogre Power Gauntlet.”

이오타의 몸에서 발산되던 모든 기운이 왼손을 향해 집중되기 시작했다.‘


“세타. 지금 적은 게 도대체 뭔가요?”

“응? 당연히 이오타의 각성에 대해서 적어 보았는데?”

“당연하지 않아요! 도대체 저 알 수 없는 스킬은 뭐에요!”

내 노트에 적힌 망상을 보며 이오타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괴물같이 나온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볼이 한가득 부풀어있다.

“하지만 이오타는 I.O.T.A 소속이란 말이야!”

“그런 단체는 없어요! 제발 이름가지고 장난하지 마세요!”

“진짜로 없나요?”

“파이선배까지 왜 그러세요!!!”

이오타가 무어라 딴지를 걸었지만, 그런 사소한 이야기는 무시하기로 했다.

“제이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건 다 적었어.”

“일단 보도록 할까요.”

그 뒤로는 회의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간단하게 요점만 적어놓은 내 노트를 보면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다시 설명해주는 식으로 두 사람에게 설명해주자, 금방 답을 내놓았다.

“대충 이해했어요. 세타. 이제 그만 설명해도 돼요.”

이어지는 파이의 설명을 들었다. 분명히 들었다. 그 방안이 농담 삼아 했던 말 중 하나였다는 점을 빼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세타가 설명해준 말을 들었을 때, 제이 선생님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생각 할 수 있어요.”

적극적으로 하는 일. 제이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던 일들을 다시 상기해본다.

학교에 의견을 제출하기 위해 거치는 절차.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방법.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기업 간 거래를 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

그리고 시위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파이가 잡아낸 요점. 시위를 해서 이사장님을 설득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다른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시위’를 해서 ‘의견 제출’을 한다. 이사장님을 직접 설득할 땐 사람을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써라. 라는 것이다.그 뒤로 30분정도를 다시 회의에 투자한 결과, 우리는 완벽한 작전을 짤 수 있었다.

학교의 모든 구조, 특징 그리고 남은 모든 사항을 고려한 방송실 점령 작전.

“이번 작전명은, [알로에 레볼루션]으로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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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키워드 습작

고양이, 거리, 단발

"이 고양이, 알고 있어?"
그런 소리를 들었다. 나유가 보여주는 사진은 새하얀 고양이 사진이었다. 집에서 정성을 쏟아서 기르는지 정리가 잘 되어있는 털과 신기한 오드아이를 가진 고양이. 굳이 말하자면 엄청 '비싸보였다'.
"이봐요, 나유씨. 거리 한복판에서 고양이 사진을 보여줘도 난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고."
나는 고양이 털에 알레르기가 있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만지지 못해 안달난 어딘가의 세계관의 누군가와는 또 다르다. 굳이 내 몸에 해로운 녀석을 좋아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나유라고 부르는건 좀 그만두면 안될까?"
나유의 이름은 나유진. 앞머리를 핀으로 고정시킨 단발머리 소녀. 유진이라고 불러도 좋고, 나유진이라고 이름을 모두 불러도 관계없다. 하지만 어쩐지 그렇게 부르고 싶어 그냥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 정도로 적당한 설정이다.
"싫은데."
나유를 '나유'라는 별명으로 부른 시간이 벌써 3년. 설마 아직도 포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나유는 내가 부르는 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새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나를 노려보았다. 이것도 매번 있는 일이다. 어쩐지 3년동안 반응이 늘 한결같다.
"그럼 나도 똑같이 부를거야."
"그렇게 해."
물론 나는 그렇게 불러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이름은 외자이기 때문에 성을 포함해봐야 겨우 두 글자이기 때문이다.
성은 류씨요, 이름은 시.
엄마가 일본인인 탓에 이렇게 지어졌다. 어떻게 불러도 일본 이름같은 느낌이라 누가 뭐라고 부르던지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어릴 때는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중학교때부터 점점 마음에 드는 특별한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 또 특이하다.
"두 글자로 줄여도 내 이름은 원래 두 글자니까."
"칫."
나유는 3년 전부터 늘 같은 반응을 한다. 마치 이런 장난은 항상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처럼. 장난을 모르는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 처럼 나에게 한결같은 반응을 보여준다.
"나유. 오늘 우리집에서 밥 먹고 갈래?"
오늘은 부모님 모두 출장이시라 아무도 없는 날이다. 하필이면 해외 출장이라 앞으로 1주일은 더 안계실 예정이기도 하고. 거기다 안타깝게도 나는 혼자서 밥을 차려먹을 능력이 없다. 그래서 나유에게 은근슬쩍 빌붙을 생각을 했다.
"응? 오늘 류시네 부모님 안 계셔?"
"오늘부터 1주일동안 해외 출장이셔서."
"1주일이면 그냥 내가 같이 1주일동안 있는 편이 낫지 않아?"
'나유! 이 어찌나 천사같은 아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1주일동안 우리집에서 밥해달라는 말을 대놓고 꺼내기엔 약간 부담스런 감이 있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유에게 신세를 지기로 결정했다.
"그럼, 좀 부탁할게."
"일단 집에 가서 짐을 좀 챙겨서 가야겠네. 같이 갈래?"
나유네 집에 가면 언제나 그쪽 부모님들이 나를 환영해주지만, 나는 그 집에 가기 꺼려진다. 솔직히 그 고양이가 넘치는 골목길만 아니면 괜찮은데, 어쩐지 나유네 주변에 널린 고양이로 인해 그 길가 근처만 가도 온몸이 가려워지는 기분이 들어 꺼려진다. 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을 정도다.
"아니, 나는 먼저 집에 가있을게."
"아, 고양이."
나유는 내 팔에 잔뜩 돋은 닭살을 보고 내 기분을 파악했는지, 금방 챙겨가겠다는 말만 하고 곧바로 집으로 갔다.

"으아아아..."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집에 도착했다. 나유는 톡을 확인해보니 30분은 지나야 온다고 했으니 일단 도착하기 전에 먼저 정리를 좀 해야겠다.
"그보다, 내 방은 뭐가 이렇게 많지."
매번 청소를 할 때마다 생각하는 일이지만 방에 쌓인 저 쓰레기의 산이 뭔지 참 궁금하다. 딱히 방에서 뭘 먹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고, 쓰레기를 만들 일을 만들지 않는 주의인데, 문득 청소를 하려고 보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 산을 확인하게 된다.
"이건 나유가 안본다고 넘겼던 책이고, 이건 안듣는다고 넘긴 CD고, 이건 뭐지?"
쓰레기 산이 거의 다 사라졌을 무렵, 나는 엄청나게 먼지가 가득한 인형을 발견했다.
"일단 털어보자."
인형을 창밖에 놓고 열심히 털어보니, 생각보다 엄청난 먼지가 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지경이 되려면 3년은 제자리에서 먼지를 먹어야 할 정도인데...
"아!"
아무래도 저 인형은 3년 전에 나유가 생일선물이라고 주었던 고양이 인형인 것 같다. '인 것 같'은 이유는 아무래도 기억의 애매함때문이다. 나유가 준 기억은 있는데, 고양이 인형이었는지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있다가 나유한테 물어봐야지."
나유는 기억력이 좋은데다가 자기가 준 물건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고양이 인형을 빨려고 하는 데까지는 좋았지만, 아직 다른 빨래가 돌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으니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어차피 올 사람이라고 해봐야 나유밖에 없지만.
"유진이야."
"그런 사람 몰라요."
인터폰 너머로 들리는 나유의 목소리는 알고 있지만 어쩐지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나유진이야."
"누구더라?"
그리고 인터폰 화면 너머로 보이는 나유의 얼굴이 점점 무섭게 변해갔다. 조금 더 장난치면 아마 오늘은 주걱으로 귓방망이를 날릴 지도 모른다.
"그럼 오늘 저녁은 없는 걸로."
정말로 삐졌는지, 나유는 빠르게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저녁의 위기감을 느낀 나는 재빨리 문을 열고 나유를 붙잡았다.
"정말로죄송합니다나유씨제가잘못했어요한번만봐주세여"
"..."
"어이구, 이렇게 무거운 걸. 얼른 저한테 주시고, 편히 들어가세요."

"..."
집으로 들어왔지만 나유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 문제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아니면 말고.
"저기... 나유...?"
"..."
"정말로 잘못했으니, 한 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훗."
무릎꿇고 두손모아 싹싹 빌기까지 해서야 나유가 조금 웃었다. 그리고 아직 열심히 비는 중이던 내 손을 붙잡았다.
"그럼 류시는 오늘 저녁 굶어도 할 말 없는 거지?"
나유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그 웃음에선 농도 짙은 악마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 그것만은..."
저녁을 굶어도 좋겠냐는 나유의 제안은 굶주린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버리기엔 충분한 조건이었다. 일단 한끼만 굶어도 쓰러지는 사람이 바로 나니까. 그리고 작은 기분변화에도 조절이 풀려버리는 내 눈물샘은 공복에 자극되어 닭똥같은 눈물을 내었다.
"어, 어?? 류시? 울어?"
"응."
"알았어, 밥 제대로 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누가보면 며칠 굶은 사람한테 먹방보여준 줄 알겠네."

역시 나유가 해주는 밥은 최고다. 가능하다면 나한테 시집오면 좋을 정도로. 물론 성별의 한계상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만. 그보다 아까 먼지를 신나게 털었던 인형쪽이 더 신경쓰인다.
"저기, 나유. 혹시 3년 전에 나한테 준 인형말이야."
"아, 그거? 왜?"
"고양이 인형이 맞지?"
제발 맞아라... 아니면 또 나유가 화낼지도 몰라!
"응. 그때는 류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줄 알고 준건데."
다행이도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 그건 왜?"
"아까 방 정리하다가 나와서. 혹시 기억이 애매해서 착각했나 싶어서 말이지. 히히."
"어차피 방 한구석에서 3년동안 먼지먹다가 발견되서 지금쯤 먼지털고 세탁기 위에서 대기중이겠지."
"어떻게 알았어!?"
"내가 3년동안 이 집에 몇 번을 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거의 두 달에 한번씩은 1주일씩 살고 가는데."
생각해보면 나유가 우리집에 오는 일은 꽤 많았다. 부모님이 출장가면 내가 나유를 찾기 때문이다. 나유 의존증을 해결해야 하나.
"그럼 3년동안 내 인형 방치를 보고서 아무런 말도 안했다는 뜻이잖아!"
"응. 언제쯤 알아채나 궁금해서 놔뒀는데."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있지만 나유의 눈이 전혀 웃고있지 않았다.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지만 눈은 만년설마냥 시리다. 아까보다 화가 더 많이 난 것처럼 보인다.
"정말로죄송합니다나유씨제가잘못했어요한번만봐주세여"
"미안해야지. 그럼. 우리 류시는 나에게 미안해야하고말고."
그 뒤로는 아까 있었던 일의 반복이었다. 나유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나유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아까와 다른 점은 나유가 내 머리를 잡고 빙빙돌리며 괴롭히는 점 뿐이었다.

"어지러~."
그렇게 10분정도를 나유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아직 어지러워 균형잡기 힘든 몸을 애써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다 빠져 일어날 수 없었다.
"류시~ 많이 힘들어?"
"금방 먹은 저녁 메뉴를 확인하고 싶은 기분이야."
"내가 불러줄까?"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


류시, 나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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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바다, 헤드폰


오늘도 나는 해변에 앉아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정말로 맑은 하늘이다. 나는 매일같이 이 해변에 앉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잠시 맡긴다. 아아. 정말로 아름다운 소리다.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음색. 마치 통통 뛰어노는 어린 물고기의 몸짓처럼 피아노의 선율은 발랄하고, 또 따스했다.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천천히 한 걸음.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틱. 톡. 틱. 톡.

마치 시계바늘의 초침이 내는 틱톡소리와 같이 톡톡 튀는 걸음으로 피아노 소리를 따라 춤을 추며 걷는다.

다시 또 한번 부드러워지는 선율과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어우러진다.

"이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분명 상냥하고 밝은, 햇님과도 같은 사람이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뜨거운 모래사장과 시원한 파도의 음색을 밟으며 해변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걸으며 피아노 소리를 따라 가면 나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오늘은 피아노 소리를 들을 기분이 아니다. 사실 그렇게 큰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피아노 소리가 듣기 싫어져 헤드폰을 써보았다. 거칠게 들려오는 헤비메탈의 음색. 내 귀를 거침없이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리. 피아노를 들을 기분은 아니었지만, 이런 노래를 듣기엔 더더욱 아닌 기분이다. 아아. 그래도 그 부드러운 음색이 이 헤비메탈을 넘어서 내 귓가에 울려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칠게 흔들리는 파도에 나는 생각의 흐름을 맡겼다.


"오늘은 반드시 찾아낼거야."

피아노 소리를 따라다닌지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다. 내가 듣고 싶은 피아노 소리는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에 소리를 따라가며 찾겠다고 한 내가 바보였지. 이런 시골 어촌에 피아노를 가진 집이 몇이나 있다고 그런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

그렇게 피아노를 가진 집을 찾으니, 정말로 멀지 않은 곳에 피아노가 있는 해변 카페가 있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가기엔 너무 낯가림이 심해 밖에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피아노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는 어필을 위해 헤비메탈이 들려오는 헤드폰을 머리에 뒤집어 쓴 것은 덤이다.

아아. 정말로 이 헤비메탈을 넘어 들려온다면 좋겠다.


매일 같은 시간에 피아노 소리가 울린다. 매일 다른 곡.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음색으로. 그리고 나는 헤드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다.

"우와..."

시끄러운 헤비메탈을 조용히 넘어서 들려왔다. 정말로 내가 원하던 그 소리가. 분명 어울리지 않는 헤비메탈을 조용히 넘고, 사뿐히 몰아치는 파도소리를 안으며 들려오는 선율에 나는 헤드폰을 벗고 아이팟의 노래를 껐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찾아 카페로 들어섰다.



내가 카페로 들어서자 피아노 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리고 멈춘 소리 사이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인삿말이 들렸다.

"아, 어서오세요."

"저, 저기!"

그리고 솔직히....


아무말도 못했다.


다행이도 점장이 나를 마음에 들어했는지 나는 카페 알바생이 되었다. 점장은 매일같이 피아노를 치고,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일하고.


아마 당분간은 헤드폰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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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카메라, 금발


오랜만에 카센터의 문을 열었다.

고작 한달 전의 일이지만, 나는 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련 교통사고에 다들 놀랐지만 생각보다 부상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휴식으로 나는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비실 한 구석에 놓인 먼지가 잔뜩 쌓인 공구상자를 열어 아주 오랜만이라는 감각에 휩쓸려 상태를 점검했다. 대체로 상태는 좋았다. 사고가 난 동안 그렇게 비가 많이 왔던 것도 아니고, 다른 친구들이 가끔씩 들러 환기를 시켜놓았기 때문에 먼지만 제외하면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오픈한 카센터, 내 직장, 나를 보람있게 만든 오일 향.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다. 단지 누구를 제외한다면.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싸구려 금발로 염색한 소녀가 서있었다. 옷은 빈티지인지 정말로 낡은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정도였고, 손에 잡고 있는 카메라조차 일반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구식 핸드폰이다. 누가봐도 돈이 없어보이는 소녀에게 나는 사진을 찍히고 말았다.

"뭐하러 오셨냐."

애초에 말이 곱게 나갈 리가 없다. 나는 저 싸구려로 도배한 금발 소녀를 구하려다 사고를 당했던 것이고,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소녀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아저씨 보고 싶었어."

저 소녀는 이름도 모른다. 그리고 나를 부르는 호칭은 그냥 아저씨. 그리고 내가 부르는 호칭은 야, 너 등등. 이름은 사건 진술하며 보았던 느낌은 있지만, 솔직히 그런걸 외우고 다닐 정도로 똑똑한 사람은 아니었다.

"봤으면 가라. 일할거다."

물론 일이라고 해봐야 한달만에 다시 오픈한 카센터니 당분간은 파리만 날리겠지만.

"응. 그럼 또 올게."

하. 미치겠다. 가란다고 정말로 간다. 뉘집 귀한 딸인지 모르겠지만 가정교육 하나는 확실하게 받았군.

"잠깐."

"..."

불러세운 나도 문제지만, 부른다고 서는 저 녀석도 문제다.

"너 알바할 생각 없냐."

나름 혼자서 잘 꾸려나가던 카센터긴 하지만 솔직한 말로 일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저 녀석은 학교갈 시간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가만히 둘 수도 없다.

"응... 아저씨네서 일하면 카메라 살 수 있어?"

"네 관심은 그것 밖에 없는거냐."

어째 아까부터 찰칵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싶었더니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응! 카메라를 갖고 싶은데 돈이 없어!"


"뭐, 나도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니 최저시급밖에 못준다만, 괜찮다면 부모님 모시고 와라. 근로계약서 쓰게."

"아. 우리 엄마 일 나가셨는데."

"아버지는."

"저기."

소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 천장이었다.

아니, 이 경우엔 하늘이겠지.

정말 멀리도 가셨다.

"아, 음. 미안하다."

"괜찮아. 아저씨가 아는 게 더 이상하잖아?"

솔직히 말해. 소녀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하기 무섭고, 거북했던 것 뿐이었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어. 널 구하던 그 날에 네 아버지 유언을 들은 사람은 나였으니까."

"역시 아저씨가 엄마한테 얘기한 거였구나?"

"음... 딱히 할 말은 없다만, 역시 미안하다. 네 아버지를 구하지 못해서."

시간이 조금만 더 충분했다면, 적어도 내가 목숨을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저 소녀의 아버지는 살아있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소녀를 대하는 것이 거북하고 미안했다.

"역시 아저씨는 상냥하네."

"어허,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근로계약서 작성할테니까 내일 어머님도장 받아서 같이 와라."



뭐, 결국 이러저러한 일이 있고, 사건사고가 터진 결과.


"아저씨 나 드디어 카메라 샀다!"

"오, 초보자가 쓰기엔 나쁘지 않다고 들었던 그거네."

금발 소녀는 카메라를 샀고, 나는 여전히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잘나가냐 하면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나름 동네에서 신뢰가 탄탄하니 안정되어있다는 느낌이다.

"아저씨. 사진 찍어도 돼?"

그리고 소녀는 오늘도, 아니... 오늘부턴 새로운 카메라로 나를 찍는다.

"언제는 허락 받고 찍었냐. 맘대로 해."

"응!"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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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집단 탈퇴 사건의 연장.

사진 출처 : http://www.dogdrip.net/103141232


나무위키 항목 : 링크

2016년 7월 21일에 일어난 '클로저스 티나 캐릭터 성우 교체 사건'으로 부터 시작된 '레진코믹스 집단 환불 및 탈퇴 사건'은 이제 판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현재 디시인사이드 웹툰 갤러리를 포함한 여러 서브컬쳐 관련 커뮤니티에선 믿었던 작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레진코믹스에 대한 불매운동 뿐만이 아닌 웹툰 전체에 대한 규제에 찬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솔직한 말로 저는 찬성합니다.


언젠가 한번쯤은 터질 일이었고, 분명 지금이 그때가 온 것이겠죠. 프로작가라는 '몇몇' 사람들이 독자를 하찮게 취급하는 현 실태에 매우 실망했고, 이에 저 또한 레진코믹스를 탈퇴했습니다. 물론 웹갤에 인증도 했죠.

저희 아버지께서 꼭 하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라고.


작가 이전에 사람으로써 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응원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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