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키워드 습작 단편2

피아노, 바다, 헤드폰


오늘도 나는 해변에 앉아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정말로 맑은 하늘이다. 나는 매일같이 이 해변에 앉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잠시 맡긴다. 아아. 정말로 아름다운 소리다.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음색. 마치 통통 뛰어노는 어린 물고기의 몸짓처럼 피아노의 선율은 발랄하고, 또 따스했다.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천천히 한 걸음.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틱. 톡. 틱. 톡.

마치 시계바늘의 초침이 내는 틱톡소리와 같이 톡톡 튀는 걸음으로 피아노 소리를 따라 춤을 추며 걷는다.

다시 또 한번 부드러워지는 선율과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어우러진다.

"이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분명 상냥하고 밝은, 햇님과도 같은 사람이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뜨거운 모래사장과 시원한 파도의 음색을 밟으며 해변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걸으며 피아노 소리를 따라 가면 나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오늘은 피아노 소리를 들을 기분이 아니다. 사실 그렇게 큰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피아노 소리가 듣기 싫어져 헤드폰을 써보았다. 거칠게 들려오는 헤비메탈의 음색. 내 귀를 거침없이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리. 피아노를 들을 기분은 아니었지만, 이런 노래를 듣기엔 더더욱 아닌 기분이다. 아아. 그래도 그 부드러운 음색이 이 헤비메탈을 넘어서 내 귓가에 울려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칠게 흔들리는 파도에 나는 생각의 흐름을 맡겼다.


"오늘은 반드시 찾아낼거야."

피아노 소리를 따라다닌지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다. 내가 듣고 싶은 피아노 소리는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에 소리를 따라가며 찾겠다고 한 내가 바보였지. 이런 시골 어촌에 피아노를 가진 집이 몇이나 있다고 그런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

그렇게 피아노를 가진 집을 찾으니, 정말로 멀지 않은 곳에 피아노가 있는 해변 카페가 있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가기엔 너무 낯가림이 심해 밖에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피아노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는 어필을 위해 헤비메탈이 들려오는 헤드폰을 머리에 뒤집어 쓴 것은 덤이다.

아아. 정말로 이 헤비메탈을 넘어 들려온다면 좋겠다.


매일 같은 시간에 피아노 소리가 울린다. 매일 다른 곡.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음색으로. 그리고 나는 헤드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다.

"우와..."

시끄러운 헤비메탈을 조용히 넘어서 들려왔다. 정말로 내가 원하던 그 소리가. 분명 어울리지 않는 헤비메탈을 조용히 넘고, 사뿐히 몰아치는 파도소리를 안으며 들려오는 선율에 나는 헤드폰을 벗고 아이팟의 노래를 껐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찾아 카페로 들어섰다.



내가 카페로 들어서자 피아노 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리고 멈춘 소리 사이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인삿말이 들렸다.

"아, 어서오세요."

"저, 저기!"

그리고 솔직히....


아무말도 못했다.


다행이도 점장이 나를 마음에 들어했는지 나는 카페 알바생이 되었다. 점장은 매일같이 피아노를 치고,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일하고.


아마 당분간은 헤드폰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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